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 전기차 충전소 구축을 위한 예산 집행을 중단한 조치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미국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의 판단이 나왔다.
GAO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의회가 승인한 예산집행 의무를 일방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GAO는 이날 “대통령이 이미 법률로 승인된 예산을 임의로 동결하거나 집행을 거부하려면, 의회에 예산 삭감을 요청하거나 새로운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의 재량으로 법적 집행의무를 변경할 수 없다는 예산통제법 등을 근거로 든 것이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정부가 지난 2월 바이든 정부 시절 시작된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포뮬러 프로그램’의 예산 집행을 중단한 데서 비롯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2021년 인프라법에 따라 연방 정부가 각 주 정부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국 전역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충전소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미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 등은 2022~2025 회계연도까지의 예산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약 32억달러의 예산집행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GAO는 “NEVI 프로그램에 따라 책정된 자금은 각 주에 제공되기로 한 이상, 지원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이라며 “예산 보류 조치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의회 차원의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GAO는 대통령이 이미 법으로 승인된 예산 지원의무를 변경하려면 의회에 예산삭감을 요청하거나 새롭게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즉각 반발했다.
OMB는 “정부는 법이 부여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예산의 우선순위 조정과 관련한 행정 재량권을 근거로 GAO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GAO의 해석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의회 차원의 후속 대응이나 법적 소송의 정당성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확장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는 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질 경우, 정치권 내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GAO의 이번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및 친환경 인프라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라며, 공화당 주도의 행정부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의회 간 충돌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