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미국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145개국 이상과 합의했다고 미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미국의 글로벌 최저한세만 적용받고, OECD의 ‘필러 2(Pillar Two)’에 따른 최저한세는 면제받도록 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에 참여하는 145개국 이상과 협의를 거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번 합의가 미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조세 주권은 미국에, 각국 영토 내에서 발생하는 사업 활동에 대한 조세 주권은 해당 국가에 있음을 상호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회가 승인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 각종 투자 인센티브의 가치를 보호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세액공제 등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이 OECD가 정한 최저한세율 15%를 밑돌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추가 과세를 당하지 않게 된다.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연 매출 7억5000만유로(한화 1조27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낼 경우, 다른 국가가 그 차액만큼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저율 과세 국가를 활용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2021년 10월 합의됐다.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여러 국가에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서버가 위치한 국가에만 세금을 내온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주요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미국 공화당은 글로벌 최저한세가 조세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월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OECD의 글로벌 조세 합의가 미국에서 강제력이나 효력이 없음을 명확히 해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앞으로도 외국 정부들과의 협의를 이어가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고 국제 조세 환경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디지털 경제 과세를 둘러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