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은행을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 등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융통하는 이 시장은 최근 덩치를 급격히 키워 전체 규모가 약 3조달러(약 4경35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차입 기업들의 재무 악화와 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몇 달에 걸쳐 굵직한 사모신용 운용사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대출 자산에 대한 운용역들의 가치 산정 방식과 투자자 대상 정보 제공 의무의 이행 여부다. 대형 기관과 일반 개인의 자금을 함께 운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이해충돌 여부 역시 당국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SEC는 사모신용 펀드 운용 내역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세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규제 방안도 내놓았다. 폴 앳킨스 SEC 의장은 21일 공식 석상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특유의 불투명한 구조가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다른 핵심 금융당국들도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주요 사모펀드와 보험업계를 상대로 수익 구조 및 영업 방식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비은행권의 위기가 전통적인 금융 생태계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한 데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시중 은행들이 사모신용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을 안고 있는지, 대출 집행 규모는 어떠한지 파악하는 중이다.
미 금융연구국(OFR)이 파악한 금융권 전체의 사모신용 익스포저 규모는 4100억~5400억달러(약 596조~785조원) 수준이다. 업계 소식통들은 각 부처의 독자적인 움직임 외에도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정례 회동에서 해당 시장의 리스크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분야의 부실 가능성을 경계해 왔지만, 신규 투자금 감소와 차입사들의 기업가치 하락,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요구까지 맞물리는 복합 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된 대표적인 곳은 블루아울 캐피털이다. 이 회사는 지난 6개월간 고강도 현장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울 캐피털은 올 1분기 주력 펀드 두 곳에서만 54억달러(약 7조8500억원) 규모의 환매 요구가 쏟아지며 이번 시장 불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다만 당국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준의 전면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진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