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의회 권력구도를 결정할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의 연방하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상원에서도 접전이 이어지면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입법 추진과 국정 운영 환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투표는 미 동부시간 기준 3일 오전 5시(한국시간 3일 오후 7시) 버몬트주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다. 이어 뉴욕·뉴저지·버지니아 등 동부 지역을 비롯한 각 주에서 투표소가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개표는 지역별 투표가 끝나는 대로 진행되며, 인디애나와 켄터키 일부 지역이 오후 6시 가장 먼저 투표를 마감한다. 마지막 투표는 알래스카 서부 지역에서 4일 오전 1시(한국시간 4일 오후 3시)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임기 2년의 연방하원 435석 전체와 임기 6년의 연방상원 100석 가운데 35석의 주인을 가린다. 이와 함께 36개 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치러지고 각 지역의 주의회 의원도 선출된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만큼 집권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와 향후 행정부·의회 관계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의석을 늘릴 것이라는 선거분석기관의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초당파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12~25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최종 의석수가 최대 240석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면 법안 심의뿐 아니라 청문회와 소환장 발부,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차원의 감시와 조사를 강화할 수 있다.
상원 선거는 의회 전체의 권력 향방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민주당과 함께 활동하는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35석은 공화당이 보유한 22석과 민주당이 보유한 13석이다. 민주당 진영이 이 가운데 최소 17석을 확보하면 전체 51석으로 과반에 도달한다. 반면 공화당은 50석만 유지해도 찬반 동수 상황에서 JD 밴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다.
상원 승부처로는 메인·미시간·오하이오·아이오와·캔자스·텍사스·알래스카 등이 꼽힌다. 민주당은 기존에 확보한 미시간 의석을 지키면서 공화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에서 추가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은 자당 의석을 방어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보유한 지역에서 의석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이들 7개 주에서 모두 수치상 앞섰으나, 알래스카와 아이오와의 격차는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에 그쳤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주요 경합주 상당수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인 데다, 선거 당일 투표율과 지지층 결집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과소 반영될 수 있다는 주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마하지 않는 중간선거에서는 과거 대선 때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거 이후 권력구도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할 정치적 환경도 달라진다. 민주당이 하원만 차지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유지할 경우 양당은 주요 법안과 예산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하원을 통한 행정부 견제는 강화되겠지만, 상원이 권한을 가진 내각 인사와 연방판사 등의 인준에서는 공화당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지키는 경우에는 기존 입법 추진 구조가 유지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확보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추진에 제약이 커지고 행정부 주요 인선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공화당이 선거에서 의석을 크게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선출과 선거운동에 적극 관여했던 점을 비롯해 이란 전쟁과 고물가 문제 등을 둘러싼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에게는 법안 거부권이 남아 있어 입법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의회 권력 변화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아마 나는 '미스터 비토(Veto·거부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협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이 심화할 수 있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의 관심도 점차 2028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차기 대권 경쟁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상원 다수당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도 관심사다. 각 정당의 지지 기반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투표 마감 직후 주요 언론의 당선 예측이 나올 수 있지만, 접전 지역은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에야 승패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우편투표 집계와 재검표, 법적 분쟁 등이 발생하면 결과 확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
특히 메인과 알래스카는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선호 순위를 부여하는 순위투표제(RCV·Ranked-Choice Voting)를 도입하고 있어 추가 집계가 필요할 수 있다. 알래스카 선거관리 당국은 순위에 따른 추가 개표 결과를 선거 15일 뒤인 18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의 상원 선거가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경우 상원 다수당의 최종 향방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