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다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첫 금리 인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으나, 연준은 7월까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기준금리를 유지해 왔다.
연준은 이번 인하 배경에 대해 “올해 상반기 경제 활동이 다소 둔화됐고, 고용 증가세가 약화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고용시장에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 예상했던 ‘빅 컷’(0.50%p 이상의 인하)은 실현되지 않았다. FOMC 위원 대부분은 0.25%p 인하에 표를 던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전날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는 0.50%p 인하에 투표했다. 이로써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FOMC에서 만장일치 없이 금리 결정이 내려졌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전체 위원 19명 중 12명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 가운데 9명은 0.25%p씩 두 차례의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10월 28~29일과 12월 9~10일 두 차례 남아 있다.
이로 인해 현재 한국(2.50%)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용시장에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큰 폭의 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인플레이션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 “그 효과는 크지는 않지만 향후 누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선 “이민자 수 감소로 인해 노동 공급이 정체된 가운데 고용 수요도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curious balance)’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 잭슨홀 회의에서 밝힌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3.0%)과 근원 PCE 상승률(3.1%), 실업률(4.5%) 전망치는 6월 발표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