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기술기업들이 29일(현지시간) 일제히 발표한 분기 실적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냈다. 클라우드와 AI 사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 투자 규모와 각종 규제 비용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하며 주가 흐름을 갈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3개사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MS는 777억달러(약 110조9000억원), 알파벳은 1023억달러(약 146조원), 메타는 512억4000만달러(약 73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각각 월가 전망치를 상회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MS의 애저는 40% 증가율을 보였고, 알파벳의 클라우드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4% 신장하며 152억달러(약 21조70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시장의 관심은 급증하는 비용 부담으로 옮겨갔다. MS는 데이터센터 투자 등으로 349억달러(약 49조8000억원)를 지출해 직전 분기 대비 44% 증가했으며, 메타도 올해 연간 자본 지출 전망치를 700억~720억달러(약 99조9000억~102조8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예상보다 급격한 자본 지출 증가가 비용 우려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세 기업 모두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지만, 이는 단기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규제 당국의 제재도 수익성을 압박했다. 알파벳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부과한 35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메타는 미국 법인 대체최저세 영향으로 159억30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의 일회성 비현금 법인세 비용을 계상했다. 메타는 이 세금 조치로 인해 이연법인세 자산에 대한 평가충당금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메타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급감한 27억9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에 그쳤고, 주당순이익은 1.05달러로 월가 예상치 6.69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다만 메타는 일회성 세금 비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이 7.25달러라고 강조하며, 향후 여러 해 동안 미국 연방 현금 법인세 납부액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사 경영진들은 미래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전 지구적 규모의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구축이 실질적 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자본과 인력 투자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순다 피차이 알파벳 CEO는 포괄적인 AI 접근 전략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업계 최고 수준의 AI 컴퓨팅 능력 확보를 위해 용량 구축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용량 계획이 진행 중이며 자체 인프라와 제3자 클라우드 공급업체를 통해 적극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알파벳 주가는 장 마감 후 6% 이상 급등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알파벳은 분기 매출 1000억달러 돌파라는 상징적 성과와 함께 클라우드 수주 잔고 1550억달러(약 221조3000억원)라는 밝은 전망을 제시했고, 과징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반면 MS는 정규 거래 종료 후 시간외에서 3%대 하락했고, 메타는 일회성 세금 비용이 반영되며 시간외에서 7% 넘게 급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