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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력기기 산업: A부터 Z까지 따라잡기 ‘필독 가이드’④

제이든 기자

입력 2025.11.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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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VDC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 (한국, 미국, 유럽, 중국)


[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최근 급등세를 이어온 전력기기 산업을 다룹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전력기기 산업이 앞으로도 왜 좋은 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봅니다. 시발점부터 지향점까지 세세하게 다뤄봤습니다. 파이낸스스코프의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입니다.

4. HVDC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 (한국, 미국, 유럽, 중국)
 HVDC(Hight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 직류 송전) 기술은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거나 해상풍력 같은 분산 전원 연결에 필수적인 차세대 인프라로 부상했습니다. 

전통적으로 HVDC 분야는 높은 기술 장벽과 방대한 레퍼런스(실적) 요구로 인해 소수 글로벌 기업들이 과점해왔습니다. 유럽 업체들이 이 분야를 선도해왔는데, 과거 ABB(현재는 Hitachi Energy로 분사)와 Siemens 등이 대표적입니다. 프랑스의 Alstom(현 GE Vernova에 인수)도 핵심 플레이어였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초고압 직류(UHVDC) 송전망을 대거 구축하며 자체 기술을 발전시켰죠. 현재 TBEA, XD 그룹 등이 중국 내 HVDC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비교적 뒤처져 있었으나 GE Vernova(알스톰 인수로 HVDC 기술 확보)와 일부 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대규모 HVDC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한국은 과거부터 교류(AC) 송배전 위주였기에 HVDC 독자 기술이 부족했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협업으로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컨버터(변환설비) 기술 측면에선 유럽과 미국의 리더십이 강합니다. 독일 Siemens Energy와 일본 Hitachi Energy(ABB로부터 사업 인수)가 세계 최고 수준의 HVDC 컨버터 기술을 보유하고, 글로벌 프로젝트 레퍼런스를 다수 쌓았습니다. 

미국 GE Vernova 역시 알스톰의 기술을 계승해 LCC(라인커뮤테이티드, 고정형) HVDC부터 최신 VSC(전압형) HVDC까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초고압 LCC HVDC 부문에서 자국 내 풍부한 실적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지만, 국제 시장에선 아직 신뢰성 검증 단계로 평가됩니다. 

한국은 최근 LS ELECTRIC이 GE Vernova와 기술 제휴를 맺고 전압형 HVDC 컨버터 기술을 도입했으며, 효성중공업도 자체 기술로 VSC 컨버터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LS ELECTRIC은 2024년 1월 GE Vernova와 협력을 발표한 후, 동해안-동서울 HVDC 변환설비 프로젝트에서 초고압 변환용 변압기를 단독 수주하며 국내 첫 HVDC 핵심장비 공급 실적을 확보했습니다. 효성중공업 역시 한국전력과의 협력을 통해 HVDC 기술 국산화에 힘쓰고 있으며, 향후 실계통 프로젝트에 투입될 전망입니다.

HVDC 케이블 분야에서는 유럽 업체들의 독주가 뚜렷합니다. 이탈리아 Prysmian, 프랑스 Nexans, 덴마크 NKT 등 3대 업체가 전 세계 HVDC 해저/지중 케이블 시장의 약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초고압 케이블 제조 기술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유럽의 해상풍력 및 대륙 간 인터커넥터(interconnector) 사업을 대부분 수주해왔습니다. 

한국의 LS전선, 대한전선 등은 아직 HVDC 케이블 분야에서 제한적 입지지만, 대한전선의 경우 해상풍력에서 어레이(array) 케이블 일부를 생산하며 기술 축적을 시작했죠, 향후 외부망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중국은 대용량 HVDC 해저케이블 제조에선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나, 자체 초고압 직류 송전망에 사용된 경험을 바탕으로 추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Southwire 등 업체가 있으나, 주로 가공 HVDC 도체 부문이고, 해저 케이블 제조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

보호·제어 부문도 중요한 경쟁력 요소입니다. HVDC 시스템은 대륙간 연계 등에 사용되므로 고도의 제어시스템과 초고속 차단기가 필요합니다. 이 분야에서도 Siemens와 GE 등이 앞서 있고, 슈나이더일렉트릭 등도 관련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해당 분야 경험이 부족해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지만, 향후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역량을 키워갈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유럽 > 미국 > 중국 ≈ 한국' 순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지만, 각 지역마다 강점 분야가 다릅니다. 

유럽은 풍부한 레퍼런스와 토털솔루션(컨버터+케이블+시공)을 강점으로, 미국은 기술력과 북미 내 프로젝트 접근성을,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내수시장 규모를, 한국은 우수한 변압기·개폐기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학습 능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HVDC 수요 급증으로 기존 과점 업체들의 공급능력이 병목 현상을 보이면서, 한국 등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기회도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에서 HVDC 케이블 부족이 심화되어, 신규 공급자에게도 일부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한국의 향후 경쟁력은 레퍼런스 확보와 현지화에 달려 있습니다. 다행히 2024년 LS ELECTRIC의 동서울 HVDC 수주(5610억원 규모)가 첫 단추를 끼웠고, 정부의 서해안 HVDC 사업 등 국내 프로젝트도 예정됐습니다. 

또한 북미 HVDC 시장에서도 한전-알스톰 JV인 KAPES 등을 통한 기술습득과 향후 현지 생산 기회를 모색 중입니다. 결론적으로, HVDC는 여전히 유럽이 선도하지만 한국도 전략적 제휴와 투자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 미국, 유럽, 중국의 다자 경쟁 구도에서 한국 기업들이 틈새를 공략할 여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제이든 기자 kangchani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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