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최근 급등세를 이어온 전력기기 산업을 다룹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전력기기 산업이 앞으로도 왜 좋은 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봅니다. 시발점부터 지향점까지 세세하게 다뤄봤습니다. 파이낸스스코프의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입니다.
5. 국내 주요 기업 동향: 수주·매출·이익·CAPEX 및 월별 수주 데이터한국의 대표 전력기기 기업들인 LS ELECTRIC,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및 중견사로 일진전기, 산일전기 등)은 2022년 이후 전례 없는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실제 실적과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2022년부터 이들 기업의 신규 수주가 급증했고 2023년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2024~25년에도 수주 및 실적 호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각사의 동향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LS ELECTRIC
배전기기 분야의 강자인 LS ELECTRIC(옛 LS산전)은 배전반, 개폐기, 배전변압기 등 중저압 영역에서 글로벌 호황의 직접적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북미향 배전제품 주문이 급증했고, 최근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용 대형 주문을 연이어 확보하며 배전시장 호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025년 2~3월에는 미국 Big Tech 기업 X사로부터 데이터센터용 배전반 및 변압기 약 2520억 원 규모(2건 합산, 0.62억 달러+1.12억 달러)의 대형 수주에 성공했으며, 이후 추가 발주까지 포함할 경우 총 3500~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물량은 모두 2025년 내 납품돼 실적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대형 수주를 기반으로 LS ELECTRIC은 수주잔고와 매출규모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입니다. 2024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23.5억 달러(약 3조 원)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고, HVDC 변환설비 등 특수 프로젝트 수주를 포함한 신규 수주액은 2조85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급증했습니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2024년 말 수주잔고는 약 4.5조 원 규모이며,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도 2.2조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핵심 강점은 AI 인프라와 HVDC 전력망, 두 축을 동시에 선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LS ELECTRIC은 미국 내 UL 인증을 완료한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반 제품을 보유해,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xAI 등 초기 수주 이후 리커링(반복 발주) 성격의 장기 공급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북미 전력 인프라 확장 수혜가 본격화되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국내는 동해안 HVDC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변환설비 공급을 진행 중이며,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HVDC 생산 스케줄과 연계돼 매출 성장에 직접 기여할 전망입니다. 또한 미국 시장 내에서는 25%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판가 인상(관세 전가)이 가능해 수익성 방어력이 높은 편입니다.
ESS 부문에서는 배터리 컨트롤 패널(BCP)과 DC 차단기 기반 기술력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물산과의 JV(조인트벤처)를 통해 미국 ESS 시장 공략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는 베트남 법인을 활용한 부품 인티그레이션 및 컨테이너 박스형 원가 절감 구조를 검토하며 향후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폭발적인 수주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LS ELECTRIC은 CAPEX 확대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청주공장의 최대 생산능력(Capa)은 연매출 9000억 원 수준이나, 미국향 물량 증가에 따라 해외 생산 거점 확충을 추진 중입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주에 약 1만4000평 규모 부지를 확보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2027년까지 이 부지에 배전반 또는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신설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LS ELECTRIC은 ‘AI 전력 인프라 + HVDC + ESS’ 삼각축을 기반으로 북미 중심의 글로벌 전력망 시장 확대에 대응 중이며, 수주 확대 → 생산능력 증설 → 글로벌 진출의 선순환 사이클 위에서 공격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력기기 사업부문인 HD현대일렉트릭(구 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송배전 핵심기기의 강자입니다. 이 회사는 2022년 이후 미국 시장 호황으로 주력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의 수주잔고를 대폭 늘렸고, 202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과 이익률 개선을 달성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북미 시장 공략인데,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에 변압기 생산법인을 운영하며 Buy America 요구에 선제 대응해왔습니다. 앨라배마 공장은 2020년대 초 기준 연매출 약 6200억 원 규모 생산능력을 가졌는데, 2024년 11월 약 800억 원의 투자로 Capa를 7000억 원 규모로 1차 증설 완료했죠. 또한, 2026년 말까지 추가 1000억 원 투자를 통해 8000억 원대로 2차 증설을 진행 중입니다.
동시에 울산 본공장도 2024년 11월 1차 증설(+1400억 원 매출분) 완료해 연간 1조3000억 원 규모로 증설됐습니다. 2026년 말까지 추가 2000억 원 증설 투자를 거쳐 1조5000억 원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내외 생산능력을 동시 확충함으로써, 폭증하는 미국·중동·인도 등의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의 결실로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미국 매출액 중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을 60%까지 높여 관세·물류 리스크를 줄이고,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765kV 초고압 변압기 공급을 중심으로 대형 송전 프로젝트(ERCOT, MISO, PJM 권역)에 참여하며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친환경 변압기와 145~400kV급 친환경 GIS 수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필수 적용이 예정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중동에서는 Vision 2030 정책에 따라 송배전망 확충 프로젝트를 꾸준히 확보하며, 변압기·차단기 부문에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히타치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HVDC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국·유럽의 DC 시장 확대에 선제 대응 중입니다. 배전기기 부문에서는 UL 인증을 완료해 북미 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했으며, 데이터센터용 배전반·차단기 납품을 통해 간접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수주 측면에서도, 2024년 4분기에 동해안-동서울 HVDC 변환용 변압기(5610억 원)를 수주한 덕분에 4분기 수주액이 전년 대비 +190% 급증하며 연간 수주 2조8000억 원(+72% YoY)을 달성했습니다. 수주잔고는 2025년 1분기말 기준 약 10조6323억 원, 2분기말 8조7115억 원에 달해,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성 향상이 동반되고 있어, 2025년 예상 PER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이 글로벌 peers보다 할인돼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증권가의 목표주가는 9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신재생 및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 중이며, 향후 ESS 변환장치 등 신규 아이템에도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은 변압기·차단기 등 중전기기 분야의 오랜 강자로, 국내 1위 초고압 변압기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일찍이 미쓰비시의 미국 멤피스 변압기 공장을 인수해 북미 생산거점을 확보한 것이 선견지명으로 평가받습니다.
멤피스 공장은 미주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효성중공업은 약 4650만 달러(약 500억 원)에 인수 후 추가 증설 7200만 달러를 투입해 가동을 재개했습니다.
현재 효성의 제품은 미국 주요 전력회사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어 계약 1순위 공급사로 꼽히고 있으며, 향후 2년 내 북미 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멤피스 공장을 기반으로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Buy America 요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한국계 현지 생산업체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미국 원전 및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GIS 수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EPC 수행 역량과 인증을 기반으로 서브스테이션 턴키 공사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HVDC 분야에서도 전압형(VSC) 기술을 자체 내재화해 국내 유일의 기술 보유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2027년 완공 예정인 HVDC 전용 공장을 통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DC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도 국내외 CAPEX를 증대하고 있는데, 멤피스 공장의 생산량을 연 130대 수준에서 250대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증설을 진행 중이고 2024년부터 부지 추가 활용 등을 통한 1차 증설이 가시화됐습니다.
국내도 창원공장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특히 HVDC용 전압형 컨버터 개발에 R&D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재무 성과 측면에서는, 수주잔고가 폭증해 2024년 말 기준 약 10조 4490억 원으로 추산되고(이는 연 매출 대비 3배 가량에 해당),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론 13조 344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동사는 차입금 등 재무레버리지가 비교기업 대비 높은 편이라, 고성장 국면에서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크지만 금리상승기에는 이자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효성중공업 주가는 12M Forward P/E 약 30배 수준으로 추정되며, 2027년 실적 기준으론 20배 초반대입니다. 이는 동사의 미국 시장 지배력(멤피스 공장)과 향후 성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증권가 목표주가가 300만 원이 나온 상태입니다.
▲전력기기 업체 수주 계절성 동향
월별 수주 추이를 보면, 전력기기 업종은 통상 연말이나 분기말에 대형 프로젝트 계약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4년의 경우 4분기에 LS ELECTRIC과 HD현대일렉트릭이 HVDC 변환설비 등 굵직한 수주 공시를 내며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반면 2025년 초에는 일시적으로 트럼프 관세 이슈 등으로 미국 발주처들의 발주가 지연 대기하며 2월까지 숨 고르기가 있었으나, 3~4월부터 다시 정상화돼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견조한 수주 실적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LS의 빅테크 수주는 2~3월 집중) 월별 데이터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예컨대 LS ELECTRIC의 2025년 2월 수주는 약 1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3월에는 1500억 원 이상으로 뛰는 등 대형 건 낙찰 시기에 따라 변동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각사의 수주잔고가 워낙 두텁게 쌓여 있어(상기 HD현대일렉트릭 3년치 일감 등), 한두 달 발주 공백이 실적 연속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대형 프로젝트 수주 공시)에 주가가 단기 반응하기 때문에, 월별 수주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저평가 구간에서 선제 매수하거나 호재성 수주 뉴스에 일부 차익 실현을 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북미는 연초~2분기 초, 유럽은 하반기 중심으로 발주가 몰리는 구조이며, 중동은 유가와 프로젝트 승인 속도에 따라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은 편입니다. 초고압 변압기와 HVDC 프로젝트의 리드타임이 3~5년에 달하기 때문에 단기 수주 공시는 실제 매출 반영까지 1~2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실적이 꾸준히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요약하면 국내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은 전례 없는 수주 호황에 기반한 외형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생산시설 투자와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별로 강점 제품과 시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투자 확대 흐름에 올라타 매출·이익의 고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2026년부터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와 HVDC 프로젝트가 동시에 본격화되며, 전력기기 업종 전체가 구조적 성장 사이클로 진입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