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부터 대외무역법을 비롯한 주요 경제무역 법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무협) 베이징지부는 4일 중국 법무법인 뚜정과 공동으로 ‘2026년 달라지는 중국의 20대 주요 경제무역 법규’ 보고서를 발간하고 우리 기업의 주의를 당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외무역법’ 개정이다. 중국은 이번 개정을 통해 외국의 무역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명문화했다.
외국 개인이나 조직의 불공정 거래 또는 차별 조치로 인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무역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응 능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수출입 허가 및 신고 절차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 오는 3월 시행 이후 교역 리스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제 부문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시행된 증치세(부가가치세) 잠정조례가 정식 법률로 격상됐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과세 대상을 소비자가 속한 국가로 규정하는 ‘소비지국 과세 원칙’이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 본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중국 법인이 사용하거나, 한국에서 제작한 디자인을 중국 내 제품에 적용할 때도 증치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의 세무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관련 규제도 한층 촘촘해졌다.
네트워크 안전법 내에 AI 남용 방지 규정이 신설됐으며,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서 수집한 정보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반드시 사전 안전성 평가와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이는 중국 내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데이터 관리 체계와 시스템 정비를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망 다변화와 친환경 전환을 위한 유인책도 병행된다.
첨단 산업과 녹색 전환 관련 935개 수입 품목에 대해 최혜국대우 세율보다 낮은 잠정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핵심 자원 확보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조치로, 관련 분야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봉걸 무협 베이징지부장은 "통상, 세제, 데이터 등 전방위적인 규정 개정으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한국 기업들이 급변하는 현지 법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