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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

트럼프 대통령, 이란과 '무기한 휴전' 전격 선언…협상 불발 속 확전 부담 작용

남지완 기자

입력 2026.04.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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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지하며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정무적 '숨 고르기'

사진=제미나이


미국과 이란은 교전을 멈추고자 파키스탄의 중재로 지난 7일 '2주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 등으로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지도부와 협상 대표단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고, 그에 따라 협상이 어느 쪽으로든 결론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의 지도부와 대표들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란 측의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협상)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연장 시한은 제시하지 않아, 종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휴전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무력 충돌 대신 시간 확보를 선택한 배경에는 다각적인 고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란 발전소·교량 등 핵심 기반 시설을 폭격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이 요동칠 위험이 크고,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수습이 몹시 어려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초반대까지 떨어진 현시점에서 전선이 고착화되거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향후 입법 주도권을 가름할 11월 중간선거에 뼈아픈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수뇌부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을 두고 일관성 없는 갈지(之)자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그는 지난달 21일 이란을 향해 '48시간 시한'을 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주요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으나 23일 닷새, 26일 열흘, 이달 5일 하루 등 계속해서 타격 일정을 미뤘다. 

이달 7일 '2주 휴전'을 선언한 뒤에도 원래 21일로 예정됐던 시한을 미 동부시간 기준 22일 저녁으로 하루 연장한 바 있다. 

더욱이 당일 아침 CNBC 방송과 인터뷰할 때만 해도 기한 연장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 실패 시 미군 전투기가 출격해 맹폭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음에도, 2차 협상이 최종 무산되자 즉각 무기한 휴전 카드로 입장을 바꿨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인용한 이란 국영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란 측은 미국이 주도한 휴전 연장을 수용할 수 없으며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글을 올려 미국의 해상 통제 시도를 노골적인 전쟁 도발이자 휴전 파기라고 비판했으며, 특히 민간 선박을 타격하고 선원을 나포하는 행위는 항만 봉쇄를 넘어서는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전 중단 조치를 이어가면서도 미군에 호르무즈 해협 차단 작전을 계속 수행하고 모든 영역에서 전투 준비 태세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지 및 기존 비축량 폐기 방식,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 같은 주요 안건을 놓고 양측의 시각차가 워낙 뚜렷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하다. 

이란이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반 시설 파괴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악화될 국제 여론을 고려할 때 먼저 방아쇠를 당겨 휴전 판을 엎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지완 기자 ainik@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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