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국 간 전쟁 종식 해법에 대한 이견으로 회담 일정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내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 명절 ‘디왈리(Diwali)’ 축하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됐느냐”는 물음에 “나는 쓸데없는 회담을 원하지 않는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틀 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밝히겠다. 지금 매우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약 2시간 30분간 통화를 가졌다. 그 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의 양자 회담을 “2주 내로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양국 외교장관 회동이 연기되면서 회담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실상 취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푸틴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두 전쟁이 끝나길 원하고 있다”며 “나 역시 이 전쟁이 종식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쟁 종식의) 기회가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21일째 이어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야당 지도부를 만날 용의가 있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정부를 재개해야 한다”며 “그들이 셧다운을 중단시키는 즉시 만날 것이고, 나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과거 법무부 수사와 관련해 2억3000만달러(한화 3200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금액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들이 나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나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자선단체 등에 기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확대 및 미중 무역 긴장과 관련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상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관세 정책 덕분에 한국이 3500억달러(한화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여러 차례 한국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자신의 무역정책 성과로 내세워왔다. 이날도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과 함께 미국과 공정한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미 간 무역 협정은 아직 최종 서명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의 투자 집행 방식과 기간을 두고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합의가 완료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회담과 대중 관세 정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국내 셧다운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상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 관계자는 “트럼프는 경제·안보 협상가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키며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푸틴 회담의 향방은 향후 미·러·우크라이나 관계뿐 아니라 11월 관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