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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빅쇼트'의 버리, 운용사 당국 등록 철회…"AI 버블 붕괴에 거액 베팅 중"

윤영훈 기자

입력 2025.11.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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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축소 신호 속에서도 엔비디아·팔란티어 급락 옵션 대량 보유 공개

사진=Gemini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전설적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운용사가 미국 증권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자 공시 시스템을 통해 13일(현지시간)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버리의 사이언 자산운용은 지난 10일자로 SEC 등록 투자자문사 지위를 상실했다.

미국 금융 규제 체계에서는 운용 자산이 1억달러(약 1471억원)를 넘는 투자자문사에 한해 당국 등록과 함께 주기적인 운영 현황 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반대로 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면 신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사이언 자산운용의 운용 규모는 1억5500만달러(약 2280억원)로 집계됐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손실 누적으로 운용 자금이 신고 기준 밑으로 감소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회사가 영업을 종료했거나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치를 중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버리는 최근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현재의 인공지능 열기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거품과 닮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의 경고와 무관하게 뉴욕 증시 주요 지수들은 최근 몇 달간 역대 최고점을 잇달아 갱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버리가 자신의 등록 해제 사실을 스스로 세상에 알렸다는 것이다. 그는 12일 밤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등록 해제 현황을 보여주는 화면을 올리며 "더 나은 무언가가 11월25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등록 철회의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영화 '빅 쇼트'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는 2008년 금융 대란 직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를 예견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려 명성을 얻었다. 마이클 루이스가 쓴 동명의 책에 그의 투자 여정이 담겼고, 이후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버리는 등록 해제 소식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AI 관련 주요 종목들의 폭락에 거액을 걸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보유 현황 증빙 자료를 보면, 2027년 1월 만기로 팔란티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대규모로 확보해뒀다. 12일 마감 가격인 184달러와 비교하면 큰 격차가 있다. 또한 엔비디아 주식을 2027년 12월까지 주당 110달러에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도 보유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12일 종가 대비 43% 낮은 가격이다.

이러한 포지션 구조는 AI 붐을 상징하는 양대 기업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주가가 급락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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