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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

美 철강·알루미늄 관세 장벽 확대 우려…배터리·변압기 업계 수출 위기

윤영훈 기자

입력 2025.12.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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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공급망 혼란 및 경제 안보 저해" 강력 반발

사진=Gemini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 미국 내 기초 금속 업계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을 완제품 부품까지 대폭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수렴한 업계 의견서에 따르면 현지 알루미늄 협회는 배터리 부품을 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분류해 50%의 고율 관세를 매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본체뿐 아니라 이를 원재료로 한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금속 함량 가치에 비례해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레이더망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배터리와 변압기가 포착됐다.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무부에 공식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SDI는 의견서를 통해 알루미늄 협회의 요구가 배터리 산업의 실상을 무시한 과도한 해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품 코드로 수입되는 분리막 등에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사실상 함유되지 않으며, 심지어 완제품인 배터리 셀까지 해당 범주에 묶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자동차 부품으로서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생상품 관세가 중복 적용될 경우, 제조사가 감당해야 할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과도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전력 인프라의 핵심인 변압기 분야 역시 규제 대상에 올랐다. 이미 지난 8월 400여개의 품목이 파생상품 목록에 오른 데 이어, 미국 기업들은 추가적인 변압기 기종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LS일렉트릭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변압기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에서 수입을 억제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S일렉트릭은 "한국 같은 동맹국으로부터의 조달은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공급망 안정화 전략에 부합하는 안전한 선택지"라며 우방국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 또한 관세 확대가 변압기 품귀 현상을 부추겨 결국 미국의 국방 및 공공시설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지난 5월 1차 조치를 통해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상품 명단에 대거 포함한 바 있다. 당시 결정에 대해 LG전자는 관세의 적용 범위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났다는 입장을 취했다. LG전자는 "미국 내에서 완제품을 조립하기 위해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기업들에 막대한 비용과 행정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가전 제조에 쓰이는 극소량의 금속이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는 논리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현재 2차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나, 1차 확대 당시 발생했던 시장의 혼선과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최종 명단 발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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