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핵심 기업인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자금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겉으로는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장기 비전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xAI의 현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3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총 가치 1조2500억 달러(한화 1816조원)로 평가되는 스페이스X와 xAI를 하나로 묶으려는 핵심 이유는 xAI의 자금 조달 문제에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전날 두 회사의 합병 목적이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중·장기 구상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CNBC는 당장 xAI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현금 부족이라며, 대규모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 AI 개발 경쟁에서 자금 소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스페이스X는 머스크에게 AI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상장 시 약 1조5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최대 50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통신산업 시장조사업체 팀 패러 TMF어소시에이츠 대표는 “xAI를 스페이스X에 통합함으로써 머스크는 AI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수요를 활용하는 동시에,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인 AI 사업에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러 대표는 또 “현재는 투자자들이 AI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6개월이나 1년 뒤에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이 xAI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xAI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으로 빠르게 자금을 소진하고 있다.
기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xAI는 지난해 9개월 동안 약 95억 달러(한화 13조8000억원)를 사용했다.
xAI는 지난 1월 초 약 23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추가 자금 조달을 마쳤다. 그렇지만 오픈AI가 지난해 10월 500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데다 앤트로픽이 최근 3500억 달러로 평가된 것과 비교하면 AI 경쟁에서 여전히 열세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가 이끄는 유일한 상장사인 테슬라도 xAI 지원에 나섰다. 테슬라는 지난달 28일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xAI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해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규제 완화 역시 머스크의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환경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인 3년 뒤에는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xAI의 자금 조달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러 대표는 “머스크의 기업 네트워크를 일컫는 머스코노미(Muskonomy)가 투자자들의 신뢰 위에 구축돼 있지만, 머스크 제국의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거나 파산한다면 그 충격은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CNBC는 이번 합병이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xAI 주식 1주가 스페이스X 주식 0.1433주로 전환된다. 관련 문서에 따르면 xAI의 주당 가치는 75.46달러, 스페이스X의 주당 가치는 526.59달러로 평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