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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바이든 정부의 10조원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그램 전면 중단

윤영훈 기자

입력 2025.10.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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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장관 "바이든 정권의 비자금" 규정…200개 참여기업 극심한 혼란

사진=Gemini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정부의 74억달러(약 10조4000억원) 반도체 기술 육성 사업을 전격 중단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국립반도체기술센터 운영을 위해 비영리법인 냇캐스트를 만들었다. 엔비디아·인텔·삼성전자를 포함한 200여개 글로벌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이 조직은 74억달러 규모의 자금으로 연구개발 시설 건립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냇캐스트를 "전 정권 측근들의 재산 불리기 수단인 불법 비자금"이라고 규정하며 지원 중단과 자금 환수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법무부의 새로운 법률 해석을 근거로 이 단체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고 설립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트닉 장관은 연방 예산에 대한 직접 통제를 이어가겠다며 기금 관리권 장악을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냇캐스트는 존폐 기로에 섰다. 110명 규모의 조직원 중 90% 이상이 해고 통지를 받았으며, 각 지역에 약속된 지원금 집행도 중단됐다. 애리조나주립대에 11억달러(약 1조55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하려던 차세대 반도체 생산 시설과 뉴욕주(州) 올버니 나노테크 단지의 첨단 연구개발 허브 조성 사업도 무산 위기다.

상무부는 해당 예산을 반도체 연구개발에 계속 사용하되 지원 대상 선정은 원점에서 재시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 산업계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인텔·IBM·AMD 등 주요 기업들은 러트닉 장관의 결정 이후 상무부 실무진과 개별 접촉을 시도하며 자사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은 향후 보조금 심사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자금을 정치적 우호 지역이나 지지층에 유리하게 분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기금 관리 조직에 대거 투입되면서 투명성 결여와 이해관계 충돌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체계를 통해 보조금을 직접 관리하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과정에서 기업 지분 요구 등 과도한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태가 양당 합의로 통과된 반도체법이 정권 교체로 인해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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