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NANCE SCOPE

구독하기
전력생산/분배

[인사이트] 전력기기 산업: A부터 Z까지 따라잡기 ‘필독 가이드’③

제이든 기자

입력 2025.11.06 13:15

숏컷

X

3.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및 그리드 과부하 분석


[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최근 급등세를 이어온 전력기기 산업을 다룹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전력기기 산업이 앞으로도 왜 좋은 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봅니다. 시발점부터 지향점까지 세세하게 다뤄봤습니다. 파이낸스스코프의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입니다.


3.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및 그리드 과부하 분석

최근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은 정체돼 있던 전력 소비를 다시 끌어올리며 전력수급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수년간 3800~4000TWh 수준에서 정체됐던 총 전력소비가 2022년을 기점으로 구조적 증가세로 전환됐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 급증이 지목됩니다. Generative AI 시대가 본격화된 2023~2025년 사이 대형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폭발적으로 이뤄졌죠.

이는 ChatGPT 등장 등으로 촉발된 딥러닝 연산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25년 1월 “딥시크 쇼크” 이후 각종 AI 에이전트 출시와 사용자 급증이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의 IT 전력부하(전력 사용량) 전망치는 지속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전력 수요 측면에서 보면, 미국 전체 전력소비는 2023~2035년 연평균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과거 1% 미만의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첨단 산업 수요처들이 등장한 상황입니다. 2023~2029년 사이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2030년 이후에는 전기차(EV) 보급 확대로 인한 충전 수요가 신규 수요를 이끌 것으로 예측됩니다. 구체적으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신규 발전설비 용량은 총 54.6G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연평균 약 13.7GW를 증설해야 하는 막대한 규모로, 현재 미국 발전설비 증설 속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추세 하에서 2028년까지 미국 전력수요는 연평균 +2.8% 성장하고, 그에 맞추어 유효 발전용량 61GW, 정격용량 263GW를 추가 증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상 모든 발전원(석탄 제외)의 동원이 필요할 정도로 급한 수요입니다.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급 빡빡한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리드 과부하 및 인프라 영향도 심각합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므로, 지역 배전망과 송전망 모두에 병목현상을 야기합니다. 예컨대,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버지니아주 북부에서는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35년까지 미국 내 지역별 송전 용량은 2020년 대비 최소 +64%에서 최대 +128%까지 확대가 필요하고, 지역 간 장거리 송전 용량은 2040년까지 +219%에서 +467%까지 증설이 필요합니다. 

이는 AI 시대에 폭증하는 부하를 감당하려면 지금의 2배~4배에 달하는 송전설비 증강이 불가피함을 의미합니다. 결국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은 단순히 발전설비 증설 문제를 넘어, 초고압 송전선과 주변변환소 증설, 지역 배전선로 증설, 변압기 용량 증강 등 전력 인프라 전반의 병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첨두 부하 관리 및 안정도 확보가 도전 과제가 됐습니다. 

하나의 예시로, 생성형 AI 작업 1000회를 수행할 때 소모되는 전력은 이미지 생성 약 519Wh, 텍스트 생성 288Wh, 단순 Q&A 23Wh로 추정됩니다. 이는 스마트폰 완전충전(약 22Wh)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단기간에 사용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연산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AI 연산 부하가 이처럼 크다 보니, 데이터센터 한 곳이 중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결국 고출력 데이터센터의 밀집 지역에서는 기존 변전소 용량과 배전망으로 감당이 어려워 정전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용 송전선 및 변전 인프라가 급히 확충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력 수요도 이와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2024년부터 산업 고도화(AI, 반도체 팹 등)로 몇 년간 정체이던 전력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입니다.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등 대규모 전력망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데이터센터·신산업단지 전력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요약하면, AI 및 데이터센터 발(發) 전력수요 급증은 기존 전력망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고, 이러한 그리드 과부하를 완화하기 위한 설비 투자 수요가 전력기기 산업에 추가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이든 기자 kangchani82@gmail.com

섹터 VIEW